제주장애인인권포럼, 서귀포시 볼라드 실태조사 실시
딱딱한 재질에 크기도 '들쑥날쑥'..."모든 보행자에 위험"

서귀포시 지역에 설치된 볼라드. 시행규칙에는 1.5m 안팎으로 설치돼야 하지만 대부분 규정에 벗어나 있다.<헤드라인제주>

휠체어 장애인 A씨는 최근 서귀포시 모 호텔 앞에 설치된 말뚝에 부딪혀 큰 부상을 입었다.

말뚝이 검게 칠해져 있어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매우 딱딱해 충돌 시 충격이 그대로 전달됐다는 것.

이 말뚝은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볼라드'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대도심지 도로변에 다수 설치돼 있지만, 이러한 취지와는 달리 도리어 보행자, 특히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 서귀포시 지역 횡단보도.인도 진입로 등에 설치된 볼라드 98개소 279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21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설치기준에 적합한 볼라드가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귀포시의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사단법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이 21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2014년 서귀포시 볼라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볼라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보행자와 운전자가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하며, 밝은 색으로 칠해 쉽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볼라드는 높이 80~100cm, 지름 10~20cm로 제작돼야 하며, 각 말뚝의 간격은 1.5m 안팎으로 설치돼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말뚝 앞 0.3m부근에 충돌 우려가 있는 구조물이 있음을 알리는 점형 블록도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서귀포시 지역에 설치된 볼라드 중 설치기준에 적합한 볼라드는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볼라드 재질의 경우 돌 41%, 우레탄 16%, 금속 12%, 플라스틱 11%, 기타 18%로 나타났다. 기타로 구분된 볼라드의 재질은 대부분 나무였다.

부딪쳤을 때 부상 우려가 있는 딱딱한 재질인 돌, 금속 등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재질은 탄성재질의 볼라드지만, 조사 결과 탄성재질의 볼라드는 단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볼라드의 규격에 있어서도 문제는 심각했다.

전체 볼라드 중 84%가 적정한 높이로 설치돼 있지 않아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적정한 높이로 설치된 볼라드는 16곳에 그쳤다. 이어 지름 규격에서도 70%의 볼라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전체 71%의 볼라드가 1.5m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에 벗어나 잇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 블럭은 대부분 설치돼 있지 않거나, 파손돼 있는 등 84%의 볼라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서귀포시 지역에 설치돼 있는 볼라드. 좁은 간격에 파손돼 있어 보행자들을 위협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설치기준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볼라드 설치로 보행자는 물론, 장애인 등 보행약자는 치명적인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장애인, 비장애인의 문제를 떠나서 보행자 자체에게 큰 위험이 되고 있는 볼라드는 제거하는 것이 맞고, 굳이 필요하다면 설치기준에 맞게끔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량진입, 보행자 등으로 인해 훼손된 볼라드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불필요한 장소에도 볼라드가 설치되는 등 지차제의 예산이 크게 낭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도와 보도의 경계석 정비, 보도의 포장상태, 불법 시설물 등에 대한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보행자 중심의 보행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또한 "볼라드 간 간격이 1.5m 이하인 경우와 차량 진입이 어려운 장소에 설치된 볼라드의 경우 우선순위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볼라드는 여러가기 설치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치에만 급급해 형식적인 설치가 많이 돼 있다"며, "이번 결과 발표가 이를 조정하고, 변화시키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