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대표 김성완)은 장애인당사자를 중심으로 하는 10명의 도시환경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제주시내 볼라드 설치구역 427개소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볼라드(차량진입억제용말뚝)는 차량의 인도진입과 주·정차를 막아 보행자의 안전보호를 위하여 설치되어야 하지만 볼라드가 부적합하게 설치되거나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보행 장해물로 전락하게 된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2013년도 제주도내 볼라드 설치구역을 점검하여 돌과 같은 딱딱한 재질은 볼라드로 부적합하며, 당시 가장 많았던 석재 볼라드가 대부분 규격에 맞게 설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후 제주시는 2015년부터 석재볼라드가 설치된 연삼로, 연북로, 관덕로, 번영로, 일주동로 등 주요 간선도로의 볼라드를 관련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 재질로 전면교체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 모니터링에서 관련 기준을 만족하는 볼라드 구역은 115개소에 불과하며, 여전히 약 75%에 달하는 구역에 부적합한 볼라드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볼라드간 사이간격이 적절하지 못한 곳은 38%로 2013년 모니터링 때와 비슷한데, 이는 볼라드를 우레탄 재질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적정 간격(150cm 이상)을 두고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또 절반에 가까운 볼라드 구역에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없거나 훼손, 부적절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44개 설치구역에서 볼라드가 훼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연삼로와 중앙로 일부 구역에서는 볼라드를 고정하는 콘크리트가 보도 위로 돌출되어 있었으며, 볼라드 철거 후 기존 콘크리트를 제거하지 않거나 움푹 파인 자리를 그대로 방치하여 장해물이 되는 등 보행환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성완 대표는 “보행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도입한 볼라드가 규격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설치와 관리 미비로 인해 오히려 보행자들에 위험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기준에 맞게 볼라드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정말 볼라드가 설치되어야 하는 곳인지를 따져 볼라드가 예산낭비와 보행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